‘'서울대병원이 나서야 국산 의료기기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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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대부분이 절대적으로 외산장비를 선호하는 현실에서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오승준 교수가 밝힌 소신은 자칫 공허한 외침으로 들린다.

하지만 오 교수의 이력을 볼 때 결코 의미 없는 구호가 아니다.

서울대병원 의료기기 임상시험센터장인 그는 최근 또 하나의 중요한 보직을 맡았다.

지난달 30일 복지부가 선정한 국내 첫 ‘의료기기 사용적합성 테스트센터’ 수장을 맡아 국산 의료기기 해외시장 진출 지원군으로 나서게 된 것.

오승준 교수는 “센터 모든 역량을 중소의료기기업체들의 글로벌시장 진출을 돕는데 집중하겠다”며 “풍부한 의료진은 물론 다양한 임상시험·인허가 경험을 가진 서울대병원이 국산 의료기기 활성화에 기여하는 가교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상당수 의료기기업체들에게 아직은 생소한 서울대병원 사용적합성 테스트센터와 이를 통한 국산 의료기기 해외진출 지원방안을 오승준 교수로부터 들어보자.

 

서울대병원, 국내 첫 ‘사용적합성 테스트센터’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달 30일 의료기기 사용적합성(Usability) 인프라 구축사업 수행기관으로 서울대병원을 선정했다.

사용적합성 인프라 구축사업은 전자의료기기 국제기준규격(IEC 60601-1의 3판) 적용이 확대되면서 필요성이 제기됐다.

IEC 60601-1의 3판은 전자의료기기에 적용하는 요구사항들을 기술한 국제규격으로 CE·FDA 허가를 받기 위해 준용해야 하는 일종의 국제기준.

특히 최근 IEC 60601-1의 3판이 확대 적용되면서 사용적합성 테스트를 요구하고 있고, 이미 유럽·미국 등 선진국을 필두로 적용 국가 또한 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올해부터 식약처 허가를 받으려면 의료기기 사용적합성 테스트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실제로 4등급 의료기기는 이미 지난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어 3등급은 오는 7월, 2등급과 1등급은 각각 2016년 1월·7월부터 적용된다.

하지만 현재 사용적합성 테스트를 실시할 수 있는 공인시설 또는 기관이 전무해 업체 자체적으로 테스트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보고해왔다.

이 같은 제도적 엇박자를 해결하고자 복지부와 진흥원은 서울대병원을 국내 첫 의료기기 사용적합성 인프라 구축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했다.

의료기기 사용적합성 테스트는 어떤 항목들을 평가할까?

오승준 교수는 “사용적합성 테스트는 큰 의미에서 ISO 14971 국제표준에 따른 의료기기 위험관리라 할 수 있다. 평가항목은 제품별로 어떤 사용자적 특징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편적인 평가수행 절차는 의료기기 사용적합성 규격(IEC 60601-1-6·IEC 62366)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만족시키는 것으로 사용자 대상의 사용오류, 라벨, 운용법, 기기 편의성, 기능 적절성 등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또 센터가 수행하는 테스트 품목에 대해 “아직 품목을 정한 건 없다. 다만 CT·MRI를 제외하고 초음파진단기, 맘모그래피, 디지털 X-ray, 치과용 CT와 같은 진단 장비를 포함한 대부분의 의료기기 사용적합성 테스트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센터는 테스트 수행을 위한 ‘공간·설비·인력’ 구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의료 환경과 비슷한 ‘시험실’, 이를 관찰하는 ‘관찰실’과 함께 ‘기록 및 비품 보관실’ 등 공간을 마련하고, 이곳에서 의료 현장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이를 관찰·기록·평가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 중이다.

또 인력부문에서는 테스트를 수행하는 의료진 또는 일반인과 함께 관찰 및 기록자, 분석 및 리포트 작성자 인력풀을 구성하고 있다.

 

“풍부한 의료진 활용…업체 해외진출 지원에 초점”

서울대병원은 사용적합성 테스트 수행기관 선정에 앞서 삼성서울병원·고대구로병원·분당서울대병원 등과 경합을 펼쳤다.

정부가 서울대병원을 선정한 이유 중 하나는 최고 수준의 의료진에 있었다.

서울대병원이 사용적합성 인프라 구축사업에 참여한 이유 또한 임상현장에서 풍부한 의료기기 사용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의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승준 교수는 “서울대병원은 국산 의료기기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지만 기여도가 크지 않았다”며 “의료기기 개발은 결국 최종 수요처인 병원과 의사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검증을 거쳐야 성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서울대병원에는 진료과별 국내 최고의 의료진이 상주하고 있다”며 “이들 의료진이 수십 년간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사용자 관점에서 객관적이고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센터는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의료진을 기반으로 사용적합성 테스트 의뢰가 들어오면 운영협의체를 통해 해당 의료기기에 가장 적합한 진료과별 전임의 또는 교수들을 선정해 테스트 평가인력으로 참여시킨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테스트 이전단계부터 중소의료기기업체에 자문을 제공해 의료기기 개발초기 시행착오와 고충을 최소화하는 지원방안도 마련했다.

의료기기업체들이 사용적합성 테스트를 의뢰할 때에는 이미 제품 개발이 상당부분 끝난 것으로 이 단계에선 제품 개선이 힘들고 추가비용도 발생하기 때문에 센터 차원의 사전 지원책을 강구한 것.

오 교수는 “의료기기 분야별로 포진해있는 의공학과 교수들이 공학적인 자문을 수행하는 것은 물론 해당 품목을 사용하는 교수 등 의료진들이 사용적합성과 필요한 부분도 자문을 제공할 것”이라며 “제품 초기단계부터 사용적합성을 고려한 개발이 이뤄지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울대병원에서의 사용적합성 테스트 인증을 CE·FDA 허가 시에도 활용 가능토록 공인 CB(Certification Body)인증기관인 ‘한국SGS’와 MOU를 체결해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의 해외시장 개척을 통한 국제화에도 힘을 보탠다.

그동안 의료기기업체들은 국내 식약처와 해외 인허가를 위한 사용적합성 테스트를 각각 받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는 국내외 최종 인허가 획득까지의 시간 지연은 물론 추가적인 비용발생 부작용을 배제할 수 없다.

오승준 교수는 “IEC 60601-1-6과 IEC 62366에서 요구하는 사용적합성 테스트 수행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IEC 산하 IECEE(국제전기기기상호인정제도) CB인증기관에서 발행하는 성적서(리포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대병원은 IEC CB인증기관인 한국SGS와 협력체계를 구축했다”며 “센터에서 수행한 테스트 결과는 해외 인허가 시 인정받는 공인 CB인증기관이 작성한 영문 성적서로 제공해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이 더 적은 비용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산 의료기기 활성화…의사 참여·업계 인식전환 선행돼야”

정부가 사용적합성 테스트센터 선정과정에서 내세운 조건 중 하나는 ‘공공성’이었다.

센터 운영을 통한 이익창출보다는 국산 의료기기 경쟁력을 키우고 업체 해외진출을 지원해 국내 의료기기산업 전반에 걸친 발전을 도모해달라는 주문이었다.

서울대병원을 국내 첫 공인 사용적합성 테스트센터로 선정한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국내 최고 수준 의료진이 포진해있는 국립대병원에서 사용적합성을 테스트하는 역할을 넘어 제품 개발초기단계부터 의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낸다면 국산 의료기기에 대한 관심과 함께 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오승준 교수 또한 이 같은 요구와 기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의사들이 좀 더 관심을 갖고 국산 의료기기를 사용해 검증해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서울대병원이 검증해 사용하는 국산 의료기기라면 다른 병원도 신뢰하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특히 대학병원들이 외산장비를 선호하는, 역으로 국산 의료기기를 배제하는 나름의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대학병원 의사들은 주로 중환자를 보기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의료기기로 환자를 진단 또는 치료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만에 하나 환자 피해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충분히 납득이 되고 맞는 말이다.

중증환자가 찾는 대학병원은 해외에서 충분한 임상 레퍼런스와 문헌을 통해 치료효과를 인정 받고 CE·FDA 인증으로 안전성·유효성까지 검증 받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딜레마도 있다.

“외산장비와 비교해 안정적이고 성능이 우수한 국산 의료기기까지 (국산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사용하지 않는다면 이는 외화를 낭비하는 꼴이 된다”는 게 오 교수의 지적.

실제로 그는 6년 전 국산 의료기기 선입견을 깰 수 있었던 중요한 경험 하나를 소개했다.

비뇨기과 배뇨분야 전문가인 오승준 교수는 방광 잔뇨량을 초음파로 측정하는 외산장비 ‘방광잔뇨량측정기’(Bladder Scanner)를 사용했었다.

그 당시 장비가격은 중형자동차 소나타 한 대 값.

마침 외산보다 3분의 2 가격에 불과한 국산 의료기기가 나왔지만 막상 환자한테 사용하려니 그 또한 확신이 없었다.

오 교수는 “방광 용적은 대략 250cc인데, 측정치가 100cc로 적어도 문제고, 400cc로 많아도 곤란하다”며 “외산과 달리 국산 방광잔뇨량측정기는 검증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환자에게 사용하기가 불안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내가 직접 외산과 국산장비를 비교 테스트한 결과 오히려 국산장비의 방광잔뇨량 측정 정확도가 더 뛰어났다”며 이때부터 국산장비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교수이자 사용적합성 테스트센터장으로서 의사와 의료기기업체 모두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풍부한 최신 의료기기 업데이트 정보와 임상에서의 사용경험을 가진 의사들이 사용적합성 테스트에 참여해 국산 의료기기의 부족한 기능과 성능 및 개선점을 업체에 피드백 해주는 서울대병원의 역할에 함께 동참해주기를 희망했다.

 

의료기기업계는 사용적합성 테스트가 불필요한 규제로 돈만 버린다는 생각 대신 국산 의료기기 성능과 우수성을 검증하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 해외진출 기반을 다지는 기회로 활용해달라는 당부다.

오승준 교수는 “의사들의 관심과 참여와 업계 인식전환이 선행돼야 국산 의료기기 사용을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 중소의료기기업체들의 경쟁력을 키워 해외진출을 지원하고자 하는 서울대병원 사용적합성 테스트센터의 역할과 핵심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Period20 Apr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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